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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마미> 평생 사랑할 그 이름영화 2023. 2. 15. 22:16반응형
각자의 결핍을 가진 세 사람이 만나 치유해 나가는 여정
불안정하지만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아들 '스티브'와 유쾌하고 당당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게 벅찬 엄마 '디안', 그리고 이들에게 나타난 이웃 '카일라'. 각자의 결핍을 마음에 담아두고, 행복을 찾아가는 세 사람을 보면 영화 내내 응원하게 된다. 남이 보기에는 완벽한 가족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다만 각자 가지고 잇는 상처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불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의 끝이 행복이길 바란다. 각자의 아픔은 서로 치유해 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화면비로 나타내는 캐릭터의 감정
영화 <마미>의 화면비는 꽤나 독특하다. 보통의 영화 비율이 아닌 1:1 비율로 영화가 시작된다. 요즘이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인해 정사각형 비율이 익숙할지라도, 그 당시 특히 영화의 화면이 정사각형으로 나오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정사각형 비율의 영화는 꽤나 답답했고, 어딘가 불안했다. 이는 마치 각자의 상처로 인해 닫혀버린 캐릭터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차이를 통해 감독을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도로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달리며 팔을 쭉 뻗는 순간에 정사각형 화면이 점점 넓어지고, 해방감이 폭발한다. 이는 <마미>의 최고의 명장면을 꼽힌다. 지금 생각해도 감독인 자비에 돌란의 화면을 활용한 연출은 천재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사운드트랙
<마미>에서 화면 비율을 제외하고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자비에 돌란은 영화에서 이미 대중들에게 유명한 곡들을 OST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노래들의 가사는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있다.
<마미>에서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스케이트 보드 장면에서는 영국의 락밴드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 쓰였다. 이 노래가 나올 때의 장면을 보면, 세 사람을 서로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엄마 디안은 스티브를 위해 일을 하고, 이웃 친구 카일라는 스티브의 공부를 봐주고, 스티브는 카일라와 함께 공부를 한다. 이 장면을 보면, 세 사람이 정말 행복해보인다. 자전거를 탄 디안과 카일라, 스케이트 보드를 탄 스티브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때 나오는 노래가 바로 'Wonderwall'이다. 이 노래의 가사를 읽어보면, 당신은 나의 구원자이자 Wonderwall, 즉 나에게 가장 의미가 큰 사람이라는 내용이 반복된다. 가사를 본 순간에야, 이 노래가 이 장면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이 든다.
그다음은 셀린 디온의 'On ne change pas'. 늦은 저녁, 세 사람이 집에서 춤을 출 때 나오는 노래이다. 이 장면을 봤을 때 굉장히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이 순간이 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한 순간이지 않을까. 하지만 왜인지 불안해 보이는 것은 이 노래 때문인 것 같다. 노래가 '우리는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잠깐의 변화가 있을지라도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Wonderwall'이 나온 장면에서 변화하는 화면 비율로 해방감을 보여줬지만,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은 정말 고요하고, 평화롭고, 사랑스러웠다. 약간 불안할지라도.
마지막은 라나 델 레이의 'Born To Die'이다. 이 노래가 엔딩 곡으로 나오고, 나는 한동안 여운에 잠겨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스티브가 다시 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탈출할 때 나오는 노래가 'Born To Die'라니. 자비에 돌란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Born To Die'는 스티브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이다. 디안의 애칭이 Die인 것을 보면, 스티브의 삶의 이유는 엄마 디안이었다. 스티브의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언젠가는 엄마도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난 항상 엄마를 위해 살게. 내 1순위야.
사랑과 구원을 별개라고 한다. 사랑해도 구원할 수 없다고. 디안은 스티브의 평범한 일생을 상상한다. 하지만 스티브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우리가 제일 잘 하는 사랑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게 엄마이고, 아들이고,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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