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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패터슨> 일상의 특별함
    영화 2023. 2. 1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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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터슨'에서 살고 있는 패터슨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그는 일을 마치면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에 위치한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을 담아낸 시를 틈틈이 노트에 써내려 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바로 '시'이다. 주인공 패터슨은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시를 쓴다. 여기에 주로 나오는 시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이다. 패터슨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도 이 사람이다. 이 시인은 자신의 고향인 '패터슨'을 예찬하는 시집 <패터슨>을 출간했고,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인 '패터슨'은 이 시집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감독인 짐 자무쉬는 이 시인의 시를 읽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인 패터슨으로 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가 바로 <패터슨>이다.

    '시'를 좋아한 감독

    짐 자무쉬는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는 시인이 꿈이었고, 문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러다 대학생 때 파리에 가게 되고, 이 때 프랑스 영화에 심취해 뉴욕에 다시 돌아와 영화학과에 진학했다. 원래 시인이 꿈이어서 그런지 짐 자무쉬의 영화를 보면 시인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몇몇 보인다. <패터슨>처럼 그의 대표작인 <데드맨>도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짐 자무쉬가 좋아한 시인들을 보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시를 쓴 시인들이 많다.

     

    가장 아름다운 철학적 시인 중 한사람을 꼽히는 미국의 시인, 윌러스 스티븐스는 보험회사의 간부로 일을 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생활과 시인으로서의 생활을 철저히 분리했던 사람이다. 역시 짐 자무쉬 감독이 아끼는 시인인 프랭크 오하라는 뉴욕 현대미술과 큐레이터로 일을 하며, 점심시간 등에는 틈틈이 시를 썼다고 한다. 짐 자무쉬가 했던 인터뷰를 보면, 스위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며 시인인 로베르트 발저도 여러 작업을 갖고 전전하며 글을 썼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인들의 모습이 바로 패터슨에 담겨있는 것이다. 버스 운전기사로 일을 하며 틈틈이 시를 쓰는 패터슨의 모습은 짐 자무쉬가 좋아하는 시인들을 투영한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특별함

    패터슨의 일상은 평범하다. 매일 아침 알람이 없어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다. 그는 출근해서 23번 버스를 운전하며 승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점심시간에는 틈틈이 시를 쓰고, 퇴근 후에는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그 후엔 애완견과 샌착을 하며 동네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들어온다. 이렇게 패터슨은 자신만의 루틴으로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마치 패터슨이 운전하는 버스의 정해진 노선처럼 단조로우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 승객들의 대화, 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 다르다. 어떨 때는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 주말에는 바자회에서 컵케이크를 판매할 거라는 아내를 돕기도 한다. 이처럼 매번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소소한 변화가 있다. 그리고 이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꽤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학생 때 전공 수업으로 연극에 대해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교수님은 현대 연극에 대해서 주로 수업을 하셨는데, 전체적인 수업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일상 속의 특별함'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동 하나만 바꾸거나, 혹은 추가하거나 덜어내기만 해도 이질적이고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패터슨>을 보며 바로 이 연극 수업이 생각이 났다. 그 당시의 나에겐 연극이란 무대 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대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 등 일상에서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에서도 연극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관객들은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어쩌면 패터슨에게는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 버스 승객들의 대화, 조금씩 달라지는 시의 구절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연극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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