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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래비티> 대지를 향한 경외영화 2023. 2. 16. 23:59반응형
우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이 무엇일까. 나는 경이로움 혹은 공포가 떠오른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한편, 어떤 것이 나올지 몰라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우주를 멀리서 볼 땐 정말 아름답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의 공포가 마치 실제 일어난 일처럼 매우 생생하게 담겨있다.
근본적인 공포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라이언 스톤 박사는 동료들과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 하지만 수리 도중에 우주를 떠도는 폐기물과 부딪히면서 우주복과 우주 왕복선을 연결해주는 장치가 부서지고, 이때 동료 한 명이 사망하게 된다. 스톤 박사와 우주 왕복선의 조종사인 맷 코왈스키는 우주 왕복선으로 들어가지만, 이미 우주 왕복선 또한 크게 파손이 되어 내부에 있던 동료들 또한 사망한 상태였다. 생존자가 둘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가까운 ISS로 향하지만, ISS 또한 폐기물에 의해 파괴되었다. 두 사람은 타국의 우주정거장으로 가는 시도를 하는 등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상황이 안 좋아져 두 사람 모두 죽을 상황에 놓이자, 코왈스키는 스톤 박사를 살리기 위해 연결 줄을 풀어버리고 먼 우주로 떠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도 코왈스키는 스톤 박사가 탈출할 수 있도록 무선으로 독려한다.
특수한 장치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안에서 혼자 남겨져있는 박사의 심정은 어떨까. 나라면 정말 공포스러워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살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해보려고 발버둥을 칠 수도 있겠지만, 우주 안의 인간은 정말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저 빨리 끝나길 기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톤 박사는 우주를 탈출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우주정거장과 통신을 해보려 하지만, 지구에 있는 한 통신사와 연락이 닿는다. 우주정거장과 연락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스톤 박사는 조종석에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린다. 통신사가 소리 내는 아기 옹알이와 웃음소리, 자장가를 들으며. 이 순간만큼은 스톤 박사가 우주에 온 이후로 가장 고요하면서도 평안한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대하고, 고요하고,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어두운 우주에 고립되어 있는 상황일지라도, 스톤 박사는 내면 안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명상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며 스스로의 평안을 찾는 것처럼.
대지를 향한 경외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스톤 박사 앞에 코왈스키가 나타난다. 코왈스키는 아무렇지 않게 해치를 열고 내부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해결책을 찾지 못해 포기한 스톤 박사에게 우주를 탈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알려준다. 코왈스키는 두 발로 단단하게 버티고 나아가라고, 집으로 갈 시간이라며 스톤 박사를 이끌어준다. 그렇게 스톤 박사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부에는 여전히 혼자였다. 코왈스키가 온 것도, 그가 건네준 말도 모두 스톤 박사의 환상이었다. 하지만 스톤 박사는 지구로 생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금 얻게 되었고, 환상 속의 코왈스키가 알려준 방법으로 탈출 시도를 한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스톤 박사는 결국엔 귀환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호수로 떨어진 귀환선을 나온 스톤 박사는 호수 밖으로 나와 땅을 딛는다.
이 영화를 본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한다. 땅을 움켜쥐며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왜 우주가 무서운지 알 것 같다. 우주는 생명체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공간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우주 공간은 어떠한 보조 장치가 없다면 우리의 의지대로 나아갈 수가 없다. 마치 유령처럼 그저 우주 안에서 흘러가는대로 유영할 뿐이다. 스톤 박사도 우주 안에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까지 제대로 도달한 적이 없다. 그런 그녀가 지구에 귀환한 후에 코왈스키가 말한 것처럼 두 발로 땅은 단단하게 버티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걸어가는 모습과 이를 가능하게 해 준 대지가 그 어떤 것보다 경이로웠다. 땅을 두 발로 딛는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은 우리의 의지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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