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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스탠바이, 웬디> 앞으로 전진하기
    영화 2023. 2. 25.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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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까지의 거리, 600km

    자폐증이 있는 웬디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지만, 우리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웬디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를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저녁엔 TV를 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웬디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고, 그것들을 잘 지켜야 한다. 이런 웬디의 관심사는 TV로 보는 <스타트렉>이다. 여느 때처럼 스타트렉을 보던 웬디는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웬디가 공모전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상금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언니가 요양원으로 온 날, 웬디는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파라마운트로 보낸 다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웬디의 언니인 오드리는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또 서로에게 상처를 준 채 헤어지고, 웬디는 오늘 우편을 보낼 시간을 놓친다. 이제 방법은 단 하나, 직접 파라마운트로 가서 시나리오를 제출하는 것. 하지만 자폐증이 있는 웬디는 작은 것 하나에도 규칙이 있어야 했고, 혼자 LA로 갈 수 있을지 두려워한다. 하지만 웬디는 할리우드로 가야 한다고 결심한다. 남은 시간은 단 3일, 웬디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LA의 거리는 600km이다. 하지만 웬디는 꼭 가야 한다. 그렇게 웬디는 자신이 걸어갈 길을 향해 똑바로 전진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마켓 거리로 가는 횡단보도는 건너지 못한다는 규칙을 깨고, 웬디는 한 걸음 나아간다.

    웬디와 스팍

    영화 중간 중간에 웬디가 자신의 시나리오 내용을 내레이션 하는데, 이때 주로 나오는 인물이 스팍이다. 웬디가 작성한 시나리오 안의 스팍이 하는 행동과 느끼는 것들을 웬디의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가 시나리오에 대해 물어보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스팍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양원의 센터장과 그녀의 아들이 웬디를 찾으러 갈 때, 두 사람은 웬디의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센터장은 스타트렉에 대해 잘 모르고, 그녀는 웬디가 스타트렉에 왜 그렇게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스타트렉을 잘 아는 그녀의 아들이 캐릭터들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스타트렉에 나오는 스팍이 인간과 외계인의 혼혈이라 감정 처리를 힘들어한다고 답을 한다. 벌칸인 스팍은 감정을 지양하고 논리를 우선시하는데, 이는 자폐증이 있는 웬디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스팍이 감정 때문에 다른 인간 동료들과 갈등이 생길 때도 있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 면에서 웬디가 스팍에게 많이 공감을 했을 것 같다. 웬디는 사소한 것에도 감정을 제어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이런 것 때문에 언니와도 잘 지내지 못한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웬디가 좋아하는 TV 시리즈가 왜 스타트렉일까, 궁금했다. 마치 센터장의 질문처럼.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웬디가 처해있는 상황을 알게 되고, 웬디와 스팍을 대입해서 보니 웬디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앞으로 전진하기

    웬디가 시나리오를 제출하러 LA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LA로 가는 버스에서 중간에 하차하게 되고, 돈을 빼앗기고, 차 사고가 나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일부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그럼에도 웬디는 전진한다. 전진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웬디의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스팍처럼. 웬디가 LA를 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웬디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웬디를 도와주거나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럴 때마다 웬디는 LA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웬디가 시나리오를 제출하는 것을 성공하고, 웬디가 해냈다는 표정으로 웃는 순간 나도 웬디처럼 웃고 말았다.

     

    이런 웬디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실패할까 두려워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따.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횡당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그 일의 결과가 좋았을 때도 있었고, 나빴을 때도 있었다. 의외로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었고, 잘 될 것만 같았는데 고군분투를 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정해진 곳만 다닐 수 있었던 웬디가 혼자서 LA에 가기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이 웬디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밑거름이 되었듯이 말이다. 누구에게나 시작조차 어려운 일은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어떨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걸음 전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한 단계 성장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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