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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기생충> 계급 없는 계급 사회
    영화 2023. 3.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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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국내외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던 <기생충>은 내게도 뇌리에 박혔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하층민의 가족들이 상류층의 가족 안을 침투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다 보니 하층민의 삶과 상류층의 삶이 완전히 대비되어 그려졌다.

    높은 곳과 낮은 곳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이 반지하를 다뤘던 유튜브 컨텐츠를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영화를 보면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것이 집이다. 높은 곳에 있는 저택과 땅보다 아래에 있는 반지하. 건축가의 관점에서는 두 가족의 권력 차이를 집의 높이에서 찾았다. 높으면 높을수록 모든 것이 다 잘 보인다. 누구든지 감시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잘 보지 못한다.

     

    반지하는 바깥의 사람들이 안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창문을 계속 닫고 있거나 커튼을 쳐 집안을 가린다.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집은 사생활이나 안전에 취약할 수 밖에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반지하보다는 1층을, 1층보다는 높은 층을 선호한다. 그러니 높은 층보다는 반지하가 더 저렵하고, 하층민은 땅 아래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반지하보다 더 열악한 곳이 있다. 바로 저택의 지하이다. 창문조차 없어 바깥과 단절되어 있고, 한번 들어가면 누군가가 열어주지 않는 이상 쉽게 나오지 못한다.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을 보면 송강호가 맡은 인물인 김기택이 이선균이 맡았던 박동익을 해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김기택은 저택의 지하로 숨어 들어간다. 살인을 저지르고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한 곳이 바로 그동안 살던 반지하보다 더 낮은 곳,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지하인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

    영화 내에서 집의 높이로 두 계급의 차이를 보여준 것과 같이, 이런 차이를 보여주는 요소를 하나 더 짚어본다면 공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에서 반지하에 사는 가족들은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반면 높은 저택의 가족들은 마당에서 아이와 놀고, 지인들과 파티를 한다. 계급에 따라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층민은 온라인으로, 상류층은 오프라인으로. 온라인 공간은 작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접속이 가능하다. 물리적인 공간이 최소한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이 온라인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돈이 투자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계급에 따라 체험의 양과 질이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사이버펑크 배경의 콘텐츠를 보면 이와 같은 차이를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하층민들은 낮고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을 하는 반면, 상류층은 높고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미래까지 가지 않고, 현실을 반영해 계급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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