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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남한산성> 서릿발 같은 그 역사
    영화 2023. 2. 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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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의 서릿발 같은 그 역사

    1636년 인조 14년, 청의 군이 공격하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들었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적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이조판서 '최명길'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맞서 예조판서 '김상헌'은 청의 치욕스러운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사이에서 '인조'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그 상황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영화 <남한산성>의 이야기는 바로 조선왕조 이래 가장 큰 굴욕이라 하는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선완조 이래 가장 큰 굴욕

    인조반정 이후 조선은 금나라를 배척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이에 후금이 조선을 침입하여 정묘호란이 일어났고, 이때 조선과 후금은 강화를 맺고 양국의 관계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후금이 만주 전역을 석권하고 명나라의 북경을 공격하였고, 1636년 후금의 홍타이지는 스스로 황제로 칭하고 국호를 '청'이라 하였다. 이 시기의 조선은 친명정책을 취하고 있었고, 청나라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에 청나라는 사죄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고 위협하였고, 조선은 청나라의 요구를 계속 묵살하였다.

     

    결국 청나라의 황제가 직접 10만대군을 이끌고 조선에 침입하였고,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였다. 성내에는 군사 1만 3,000명이 절약해야 겨울 50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있었다. 또한, 의병과 명나라의 원병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청나라 군과의 결전이 가능하지 않았다. 성 밖에서는 청나라 군이 백성들을 죽이고 노략질하였고, 아이들은 모두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병자년에는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었고, 노숙을 한 군사들 또한 추위와 굶주림에 병이 들고 얼어 죽는 자가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화파인 최명길과 주전파인 김상헌 사이에는 논쟁이 거듭되었고, 마침내 성문을 열고 항복하기로 하였다. 이게 바로 '삼전도의 굴욕'이다. 인조는 세자 등을 비롯한 500명을 이끌고 성밖으로 나와 삼전도에서 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례를 하였다.

    혼란한 상황을 표현하는 절제미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 추운 겨울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유독 춥고 눈이 많이 내리던 그날이었기에 하얗고 시린 눈발이 영화의 내용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에 맞춰 배우들은 고요하면서도 서늘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최명길 역을 맡은 이병헌과 김상헌 역을 맡은 김윤석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와 하얀 영상미가 절망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때로는 절제된 표현이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외부의 상황과 인물의 내면을 잘 나타내는 듯하다.

     

    또한, 감독은 영화 <남한산성>을 정통법으로 연출을 했다. 요즘은 판타지가 가미된 사극도 많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큰 액션이 담긴 사극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로지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만 승부를 한다. 액션보다는 배우들의 대사에 집중을 해야 하고, 캐릭터의 행동이나 내면에 집중을 해야 한다. 영화 내내 한겨울의 산속과 같은 고요함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지다 보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고, 오히려 그 안에서 긴박함을 느끼고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남한산성>에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이 영화는 '병자호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들었다면 병자호란이 어떤 역사인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혹여 병자호란이 정확히 어떤 일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인조'의 이름을 들으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용과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극이기 때문에 내용과 결말을 안다고 해서, 그게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흥행을 했으니까 말이다. 이 두 사극에서 다른 점이라고 하면, <남한산성>은 역사가 역사인 만큼 관객들이 기대하는 사이다 같은 결말을 만들어낼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면서도 암울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좀 더 호쾌한 내용과 결말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영화 내용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첫 번째이고,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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