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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름
    영화 2023. 2. 2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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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창작물이기에 허구의 이야기도 많겠지만, 현실을 대변하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이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기도 한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처럼 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끔찍함

    요즘 가정폭력,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들이 많이 보인다. 최근 들어서 가정폭력이 늘어난 건지, 아니면 예전에는 뉴스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뉴스에 많이 나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프랑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앙투안과 미리암은 앙투안의 폭력으로 인해 이혼을 했고, 미리암은 딸 조제핀과 아들 줄리앙을 데리고 앙투안을 떠난다. 하지만 앙투안은 이들에게 계속 집착하며 미행을 하고, 전화 협박도 서슴없이 한다. 미리암은 거처와 연락처를 수시로 바꿔가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법률적 조정을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미리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들 줄리앙은 2주에 한 번, 주말에 앙투안을 만나야 한다. 법적인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되고,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 가족들을 그려낸다.

     

    그저 아이들을 보고 싶다는 말로 접견권을 따낸 앙투안은 정작 줄리앙을 만나는 주말엔 그를 잘 돌봐주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줄리앙에게 윽박지르고 협박을 하고, 어린 줄리앙은 앙투안에게 맞설 수 없다. 앙투안이 줄리앙을 협박해 미리암의 주소와 번호를 알아내고, 결국 미리암을 찾아간다. 앙투안은 대화가 필요하다 하면서, 미리암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다가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한발 물러난다. 하지만 앙투안은 결국 미리암의 집 앞까지 찾아와 총기를 난사한다.

    가정폭력을 대하는 자세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는데, 미리 알고 본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 영화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 보게 된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충격으로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려웠다. 울음을 그치지 못해 화장실에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큰 화면과 사운드가 나오는 영화관의 환경이 영화 속 피해자들의 감정에 쉽게 이입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무기력감에 휩싸였다. 나를 공포에 몰아넣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탈력감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는 나에게도 이 정도인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라면 관람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전 남편이었던 앙투안의 집착으로 미리암이 결국 법적인 조정 요청을 하지만,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엮이게 된다. 이때 판사의 적절한 판단으로 앙투안의 접견권이 취소가 되었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주에 한 번씩 줄리앙은 앙투안을 만나야 했고, 앙투안은 줄리앙을 만날 때 윽박을 질러 결국 미리암 가족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게 되어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내에서 앙투안의 부모조차 앙투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앙투안이 줄리앙을 데리고 집에 왔을 때, 앙투안의 부모는 네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라며 다시는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앙투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판사는 왜 미리암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스토리를 보니, 요즘에 자주 볼 수 있는 뉴스가 생각난다. 경찰이나 법원이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해 결국엔 큰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 뉴스들 말이다. 이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력 등 모든 종류의 폭력에 해당된다. 물론 예방도 중요하겠지만 피해자가 더 이상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지 않도록 하고,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는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그에 맞는 법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고, 피해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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